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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도 쓰는 그 회사, 팔란티어는 대체 뭐 하는 곳인가

쏙쏙한 경제 2025. 11. 3. 16:34

피터 틸, 팔란티어 ceo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이름만 들어서는 뭘 하는 회사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게다가 회사명은 J.R.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마법의 수정구 '팔란티르'에서 따왔다고 한다.

멀리 떨어진 곳을 볼 수 있는 신비한 돌.

도대체 이 회사는 무슨 일을 하길래 CIA, FBI, 미 국방부가 고객이고,

시가총액은 50조 원이 넘을까.


오사마 빈 라덴을 찾아낸 건 소프트웨어였다

 

2011년 5월, 미군 특수부대는 파키스탄의 한 저택을

급습해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

전 세계가 10년 넘게 찾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 있다.

그를 찾아낸 결정적 단서는 미군의 발품이 아니라,

팔란티어의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가 만들어낸 패턴이었다는 것이다.

 

팔란티어의 '고담(Gotham)'이라는 프로그램은 수만 건의 정보 조각들을 연결했다.

전화 통화 기록, 금융 거래 내역, 위성 사진, 정보원 제보.

사람의 눈으로는 절대 발견할 수 없는 연결고리를 알고리즘이 찾아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수상한 집, 그곳을 드나드는 특정 차량,

그 차량과 연결된 금융 거래.

하나하나는 의미 없지만,

연결하면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이것이 팔란티어가 하는 일의 본질이다.

흩어진 데이터를 모으고, 숨겨진 패턴을 찾고,

의사결정자에게 '이야기'로 전달한다.

마치 탐정이 단서들을 모아 범인을 추리하듯,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는 데이터 속에서 진실을 찾아낸다.


실리콘밸리의 이단아, 정부와 손잡다

 

팔란티어는 2003년 피터 틸이 공동 창업했다.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는 그가 9.11 테러 이후 품은 문제의식은 명확했다.

"왜 미국 정부는 이렇게 많은 정보를 가지고도 테러를 막지 못했을까?"

답은 간단했다.

정보는 넘쳐나는데, 그걸 연결할 시스템이 없었다.

 

FBI는 FBI대로, CIA는 CIA대로, 국방부는 국방부대로

각자의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했다.

 

같은 테러리스트에 대한 정보가 세 곳에 흩어져 있어도 서로 모르는 상황이었다.

팔란티어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그들이 내놓은 해법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다.

고담 플랫폼은 서로 다른 형식의 데이터를 한곳에 모을 수 있었다.

텍스트, 이미지, 영상, 위치 정보, 네트워크 관계도까지.

게다가 분석관이 직접 데이터를 탐색하고 조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했다.

코딩을 몰라도 마우스 클릭만으로 수백만 건의 데이터를 시각화할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의 다른 기업들이 "정부와 일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을 때,

팔란티어는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이 선택은 논란을 불렀다.

구글 직원들은 군사 프로젝트 참여를 거부하며 사내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팔란티어는 흔들리지 않았다.

"국가 안보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피터 틸의 신념이 회사의 DNA가 되었다.


민간 시장으로의 험난한 여정

 

그러나 정부 계약에만 의존하는 건 한계가 명확했다.

예산은 정해져 있고, 정치적 변수가 너무 많았다.

팔란티어는 민간 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초반엔 고전했다.

정부용으로 설계된 소프트웨어는 너무 복잡했고,

일반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웠다.

 

전환점은 '파운드리(Foundry)'라는 제품이었다.

제조업, 에너지, 금융 등 민간 기업을 위한 맞춤형 데이터 플랫폼이었다.

에어버스는 파운드리로 항공기 생산 과정을 최적화했다.

수천 개 부품의 공급망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생산 병목을 예측해 해결했다.

BP는 유전 데이터를 분석해 채굴 효율을 높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매출의 절반 이상은 정부 계약에서 나온다.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다.

정부 의존도가 높으면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게다가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는 사용법이 어렵고, 도입 비용도 비싸다.

수억에서 수십억 원대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다.


AI 시대, 팔란티어의 새로운 도박

 

최근 팔란티어는 'AIP(AI Platform)'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꺼냈다.

기업들이 자체 AI 모델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ChatGPT 같은 범용 AI가 아니라,

각 기업의 데이터와 업무에 특화된 맞춤형 AI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예를 들어 한 제약회사가 신약 개발 과정을 AI로 최적화하고 싶다고 하자.

AIP는 그 회사의 연구 데이터, 임상 시험 결과, 규제 정보를 학습한 AI를 만들어준다.

단순히 도구를 파는 게 아니라, 컨설팅부터 구축, 운영까지 전 과정을 함께한다.

 

문제는 경쟁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같은 빅테크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게다가 이들은 클라우드 인프라까지 보유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이 높다.

팔란티어의 강점은 '데이터 통합 노하우'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지는 의문이다.


보는 돌은 미래를 볼 수 있을까

 

팔란티어는 독특한 회사다.

실리콘밸리에 있지만 밸리의 문화를 거부한다.

기술을 팔지만 단순한 소프트웨어 회사가 아니다.

그들이 파는 건 '통찰'이다.

데이터 속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는 능력.

앞으로의 과제는 명확하다.

정부 너머의 성장을 증명해야 한다.

민간 기업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 만큼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AI 시대에 자신들의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반지의 제왕 속 팔란티르는 미래를 볼 수 있었지만, 사용자를 타락시키기도 했다.

데이터의 힘은 양날의 검이다.

팔란티어가 이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

그리고 시장이 그 가치를 인정할지는 앞으로 몇 년이 말해줄 것이다.